위기 경제 상황의 한국, 충전기가 수출 효자 종목이 되려면? [권영대의 모빌리티 히치하이킹]

입력 2023-04-12 16:10  

이 기사는 04월 12일 16: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작년, 에너지 위기로 인한 수입 증가 등을 반영하여 대한민국의 무역수지가 47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첫 연간 적자이자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전인 1996년의 2배를 넘어선 역대 최대치였다. 또한,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등 글로벌 경기 둔화와 더불어 다사다난한 국제정세 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다만, 모든 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별로 보면,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액이 글로벌 경기 침체 및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으로 가장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화학, 석유제품 및 철강 산업 역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출 수요가 줄고 수입 규모가 증가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우 수출액이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자동차 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4% 증가하여 60억 달러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금액을 달성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와중에, 고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 증가 효과에도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발빠르게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변환이 일어나고 있으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그리고 이로 인한 새로운 가치사슬과 관련 사업들이 대거 등장하는 중이다. 이렇듯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모빌리티 산업은 CASE, 즉 연결성(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 및 서비스(Shared & Service), 전동화(Electric)라는 트렌드로 대표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전동화와 관련하여 다양한 영역의 새로운 유관 산업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 보급 및 관련 서비스는 필수적인 인프라로 주목받는 만큼 다양한 기업군에서 진입하고 있는 영역이다. 특히 수출동력으로서 가능성이 높은 고속·초고속 충전기 제조 사업에 대해서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EY에서 최근 수행한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2022년 말 기준 17만대 수준에서 2032년까지 약 106만대 수준까지 연평균 약 20%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동안은 초기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충전기의 대수 확충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보급의 위치나 형태가 실직적인 사용자의 수요를 고루 반영하지 못했다. 그 결과, 주로 정부와 충전기 보급 사업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주거지역용 완속충전기 중심으로 산업이 확대된 것이다.

전기차 충전기의 종류를 나누는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충전 속도이며, 통상적으로 시간당 50키로와트급 미만을 완속·중속, 시간당 50~200키로와트급을 급속, 그 이상을 초급속으로 분류한다. 완속 충전기는 기술적 복잡도와 설치 난이도가 낮고, 제조나 설치 등에 들어가는 초기비용도 약 100만원 내외로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급속·초급속 충전기는 설치 난이도가 높은 편이며 충전기 단가 또한 최소 2천만원 수준에서 최대 3억원 이상인 모델까지 존재한다. 고압전력을 사용하는 설비인 만큼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접근성도 낮은 편이다. 고전압 설비의 안전 관리 규정 등에 의해 유지보수 및 관리 비용도 상당히 높다는 점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전기차 산업의 가장 주요한 변수 중 하나인 정부 보조금 역시 완속 충전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충전사업자(CPO: Charging Point Operator)들도 완속 충전기 비즈니스 모델을 우선시하게 된다. 현재 보조금 체제 하에서는 완속 충전기 설치 시에 충전기 자체 가격과 설치 비용을 포함한 초기 투자 자금의 70~80%, 많게는 거의 90% 이상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렇게 보조금에 힘입어 완속 충전기 대수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문제는 설치 이후에 사후 관리는 시장의 확장 속도에 비해서 미진하다는 점이다. 또한 사업자들이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 충전기 대수를 늘리는 데에만 치중하여, 실제로 전기차 사용 수요가 적은 시골 등 인적이 드문 곳에까지 설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장차 플랫폼 대기업들이 충전기 비즈니스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활용하여 충전기 대수를 무조건 최대한 확보한 후에 대기업에 매각을 노리는 충전사업자들도 등장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의 전기차 1대당 충전기 설치 규모는 0.5대로,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막상 전기차 사용자들은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충전소 가동률이 친환경차 선도국 대비해서 낮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EY에서 주요국들의 전기차 시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충전기 가동률은 평균 11% 이상, 유럽 지역의 충전기 가동률은 평균 10% 이상인 반면, 한국은 해당 수치가 5%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설치는 되었으나 실제로 가동되지 않는 상태의 충전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급속 충전기의 경우는 초기 투자 비용은 완속 충전기의 수십 배에 달하는데도 정부 보조금은 투자비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급속 충전기 서비스 사업자들이 설치 이후에 운영 수익 창출에 몰두하거나 또는 충전 인프라를 통한 부가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보급에 이르기까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런 초기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급속·초급속 충전에 대한 소비자 선호는 상대적으로 높아서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면 성장세가 더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Y의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32년에는 급속·초급속 충전기는 대수 기준으로는 전체 시장의 20% 미만이지만, 실제로 공급하는 전력량은 시장 전체 전력 공급량의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이 전동화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유력한 수출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고속·초고속 충전기 중심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정부 정책과 더불어 산업 생태계 또한 발걸음을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 현재 충전기 서비스 사업자에 편향된 각종 지원책들을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R&D) 및 제조하는 기업들에게도 확대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현재의 자동차 산업 성장세를 지속가능하게 이어가는 한편, 미래의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하여 전기차 충전기를 비롯한 관련 인프라 영역에서도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선 혁신적인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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